관세사 일 중에서 가장 고유하고, 자주 하는 업무인 품목분류에 대해 주저리주저리 써봅니다. (뻘글주의)
품목분류는 수출입되는 물품이 분류될 수 있는 HS코드를 확인하는 일입니다. HS코드 또는 세번 따기..라고 하는데요.
HS코드별로 분류되는 물품이 다 정해져 있어서 얼핏 보면 간단해 보이지만 진짜 어렵습니다. ;;;
예를 들어 정수기에 들어가는 모터는 정수기 부분품이니까 정수기 부분품이라고 쓰여있는 8421.9~쪽으로 분류해야 할 것 같은데요. 85류 주 규정에 따라 별도로 특게된 모터로 분류됩니다.
나무로 만든 의자도 분류될 수 있는 HS코드가 여러가지입니다. 우선 목재와 그 제품들이 분류되는 44류가 있겠고, 가구가 분류되는 94류에도 가능성이 있는데요. 44류 주 규정에 따라 나무로 만든 것이어도 가구는 94류에 우선적으로 분류해야 합니다.
위 예시는 간단하지만, 스마트폰 같은 전자기기류로 들어가면 더더더더 복잡해집니다.
스마트폰은 전화기, 음악/영상 재생기기, 녹음기, TV, 카메라 등등 웬만한 기능은 다 들어가 있는데 여기서 무엇으로 볼 것이냐 하는 문제인 거죠. 당연히 전화기 아니야? 할 수 있지만, 요즘같은 시대에 스마트폰을 전화기로 쓰는 비중이 높은지 아니면 그 외의 기능으로 사용하는 비중이 높은지 생각해 보면 어디로 분류해야 할지 혼란스럽습니다.
똑같은 물품이어도 판단하는 사람에 따라, 시대에 따라 품목분류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이죠.
그래서 관세청에서도 HS코드를 결정했던 품목에 대해 변경하기도 하고, 세계관세기구(WCO)를 통해 전세계 국가가 모여 정기적으로 품목분류에 대해 논의하기도 합니다. 항상 품목분류 동향을 주시하고 있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참고로 관세청에서 과거에 결정했던 HS코드를 다시 변경할 경우에는 변경된 품목에 대해 고시합니다. 품목분류 변경고시를 보시면 확인하실 수 있죠. 아래 예시는 마사지볼인데요. 기존에는 9506호의 운동용구로 분류되었는데, 9019호의 마사지용 기기로 변경되었네요.)
네, 암튼 품목분류는 물품에 따라 복잡한 규정과 분류 우선순위가 정해져 있어서 알면 알수록 모르겠는 업무 분야인데요. HS코드에 따라 적용되는 관세율이 결정되고, 수입요건이 달라지고, 원산지표시여부 등 여러가지 사항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HS코드를 결정하는 것은 상당히 중요합니다.
하지만, 슬프게도... 대부분의 수출입업체는 이게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ㅠ
(HS코드로 한번 때려맞은 업체는 어느 정도 경각심이 있지만요...;;)
세율은 수입신고가 수리되었다고 끝이 아니라 수입 후 5년동안 언제든지 바뀔 가능성이 있습니다.
요즘에는 대부분 FTA 원산지증명서를 대부분 발급받아오셔서 관세 없이 수입하시는데요. HS코드가 바뀌면 기존에 발급받은 원산지증명서를 사용할 수 없어서 기본관세로 바뀔 수 있고, 이러면 지난 몇 년간 면제받은 관세를 전부 토해내야 합니다. + 가산세, 이자까지 하면 어마무시하죠.
그래서 새로 수입하는 물품이 있으면 최대한 확인가능한 정보에 근거해서 품목분류를 해야 하는데, 사진 한 장 딸랑 보내주거나 한 문장으로 물품설명을 끝내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EX) 물담는 통이에요.. 어댑터입니다.... 등등
갓 열정 넘치던 신입 시절에는 구구절절 필요한 정보를 달라고 요청했었는데 욕만 먹더라고요. ;;;;
자연스럽게 해외거래처 사이트나 모델/규격으로 검색하면서 구글링 하는 스킬이 갈수록 늘어갑니다.. ㅎ
그래도 안되면 인보이스나 원산지증명서에 써있는 HS코드로 신고하는데요.
신고에 필요한 정보를 주지 않으면서 신고해 달라고 하니 어쩔 수 없이 보수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경합되는 HS코드가 여러개 있으면 그중 세율이 높은 것이나 수입요건이 있는 코드로 선택하는 식이죠.
이런 어려움이 있긴 해도, 품목분류를 하다 보면 만물박사가 되어가는 느낌이라 좋습니다. ㅋㅋㅋ
가끔 품목분류 사전심사를 해달라는 요청이 오면 요청한 물품에 대해 공부를 많이 해야 합니다. 분류 규정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물품에 대해 100% 이해가 되어야만 분류규정을 적용해서 HS코드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정 물품의 제조공정, 작동원리, 재질 등등 여러 가지 정보를 공부하다 보면 내가 모르는 세상에 대해 알아가는 느낌이라 참 재미있습니다. ㅋㅋ
품목분류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은 관세법령정보포털이나 관세청 품목분류 변경고시를 몇 개 조회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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