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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YCC 정책 완화, 어떻게 대응할까

법덕후 2022. 12. 21. 16:07

어제 엔화 투자로 수익 맛을 좀 봤습니다. 수익을 보고 나니 YCC 완화가 뭐길래 이렇게까지 환율이 급등하나 싶더라고요. 그래서 YCC가 도대체 뭔지, YCC를 완화하면 어떤 효과가 발생하는지 공부해 봤습니다. 

 

개요

YCC에 대해 이해하려면 먼저 채권과 금리에 대해 간단하게나마 알아야 합니다. 

 

채권이란 돈을 빌려주고 받는 증서로, 채권을 발행한 금액과 금리(수익률), 그리고 만기가 적혀 있습니다. 돈이 필요한 사람은 원금과 금리를 적은 채권을 발행해서 판 뒤 자금을 확보합니다. 채권 발행자는 채권에 써있는 원금과 이자를 정해진 만기까지 지급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리고 돈을 주고 채권을 산 사람은 채권에 적혀 있는 대로 원금과 이자를 받을 권리를 가지게 되는 것이죠.

 

그렇다고 처음 채권을 산 사람이 만기까지 가지고 있어야 하는 건 아닙니다. 채권 시장에서 만기 전의 채권을 사고 팔 수 있습니다. 채권을 사고 판다는 것은 채권에 대한 "가격"이 있다는 뜻인데요. 시장의 수급도 채권 가격에 영향을 미치지만 기본적으로 채권은 결국 원금과 이자(수익)의 합이 가격의 기초가 됩니다. 그래서 채권 가격과 금리는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기준금리 1%일 때 발행한 채권이 있었는데, 1년 뒤 기준금리가 2%로 올랐습니다. 1% 짜리 채권은 2% 짜리 채권보다 받을 수 있는 이자가 적은데 누가 사려 할까요. 같은 값이면 당연히 수익률이 더 높은 2%짜리 채권을 살 것입니다. 그래서 이자 1%짜리 채권이 2%짜리 채권만큼 가치를 가지려면 채권 가격은 내려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자는 적지만, 싸게 살 수 있다면 1%짜리 채권도 시장에서 거래가 되는 것이죠. 

 

→ 수익률 2%짜리 채권을 사서 10만 원의 이자를 받기 위해서는 500만 원 투자

수익률 1%짜리 채권을 사서 10만 원의 이자를 받기 위해서는 100만 원 투자

 

뉴스나 각종 매체에서는 채권 수익률이 오른다거나 떨어진다는 표현을 사용하는데요. 결국 수익률(이자)이 높아지면 채권 가격은 떨어지고, 수익률(이자)이 떨어지면 채권 가격은 오른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채권가격이 떨어지면 → 채권 수익률이 높아진다

채권가격이 높아지면 → 채권 수익률이 떨어진다.

 

채권의 정말 기초 of 기초입니다. 그런데 이게 일본 YCC랑 무슨 상관이냐고요?


♣ YCC 정책

YCC

Yield Curve Control

 

일드 커브 컨트롤의 줄임말이 YCC인데요. 여기서 일드 커브는 국채 금리를 말합니다.(국채:국가에서 발행한 채권)

즉, 영어 단어 그대로 해석하면 YCC는 국채 금리를 컨트롤(통제)하는 정책이 되겠습니다. 

 

YCC는 국채 금리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국채 가격이 떨어지는 것을 방어하는 정책입니다. 앞서 채권가격이 떨어지면 채권 수익률(금리)이 오르고, 채권가격이 오르면 채권 수익률(금리)이 떨어진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일본 정부의 국채를 누군가 내다 팔아서 국채 가격이 떨어지고 금리가 오를 기미가 보이면 일본 은행에서 그 국채들을 무제한 매입합니다. 딱 일본 정부가 정해놓은 금리를 유지하는 선에서요. 

 

즉, 금리 0.25%에 국채 가격 1만원으로 맞춰놨는데 사람들이 국채를 내다 파는 바람에 국채 가격이 5천 원으로 떨어지고 금리가 오를 기미가 보이면 일본 정부에서 돈을 들여서 그 국채를 다 사준다는 것이죠. 나라에서 일정 수준의 금리를 보장하니 실제로 국채 가격은 떨어지지 않고 유지가 됩디다.

 

그렇다면 왜 일본은 돈을 들여서 YCC 정책을 계속 유지하고 있는 걸까요?

 

(1) 인플레이션 촉진
일본하면 잃어버린 15년... 디플레이션 등의 단어가 자동으로 따라붙습니다. 돈을 아무리 풀어도 소비가 흥하지 않고 물가는 떨어지는 현상을 수십 년째 겪고 있죠. 돈을 아무리 풀어도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데, 금리 인상을 할 명분도 이유도 없는 것이죠. 

 

(2) 부채

일본 부채가 전세계 1위입니다. 무제한 양적완화로 일본 정부에서 채권을 미친 듯이 찍어냈고, 지금도 찍어내고 있는데요. 채권은 결국 빚문서입니다. 채권에 쓰여있는 원금과 이자를 갚아나가야 하는데, 금리를 올려버리면 갚아야 할 이자가 천문학적으로 늘어나게 됩니다. 지금도 나라 예산의 20% 이상을 국채 빚 갚는데 쓰고 있는데, 금리까지 오른다면 그 부담은 어마어마할 겁니다.  그래서 대부분 일본이 쉽게 금리를 올리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하고요. 

암튼 그래서, YCC 정책으로 금리가 오르지 않게 막아 두고 돈을 계속 풀어왔는데요. 2022년 미국이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는 명목으로 금리를 미친 듯이 올리면서 일본의 딜레마는 시작되었습니다. 

 

기존에는 모두가 낮은 금리였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 일본도 미국도 모두 고만고만한 수준의 낮은 금리를 유지해서 돈이 시중에 엄청 풀리고 자산가격은 쭉쭉 올랐죠

 

하지만, 미국이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며 금리를 주구장창 올리기 시작합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서 전 세계 여기저기에 뿌려져 있던 돈들이 미국으로 몰리기 시작합니다. 돈은 수익률이 동일한 자산이 있다면 그 중 리스크가 적은 자산으로 몰리게 되어 있습니다. 달러-하면 대표적인 안전자산인데, 그 와중에 금리까지 올라서 수익률도 높아졌으니 모든 돈이 미국으로 향하게 된 것이죠.

그래서 달러가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너도나도 미국을 따라서 울며 겨자 먹기로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습니다. 최소한 달러와 동일한 수익률을 보장해야 돈이 유출되는 것을 줄일 수 있지 않겠습니까.

 

♣ 엔 캐리 트레이드

하지만, 일본은 위에서 말한 일련의 이유들로 금리 인상에 동참하지 않고 묵묵히 YCC를 유지해나갑니다. 이로 인해 금리가 낮은 일본에서 금리가 높은 다른 국가들로 자금이 유출되고, 일본 엔화의 가치는 쭉쭉 떨어지게 됩니다. 이것이 그 유명한 엔 캐리 트레이드입니다. 일본의 낮은 금리와 미국의 높은 금리를 이용해서 수익을 내는 것인데요. 엔 캐리 트레이드 과정을 간단하게 정리해 봤습니다. 


(1) 일본은 YCC로 금리를 계속 낮게 유지합니다. 금리가 낮다는 것은 저렴하게 돈을 빌릴 수 있다는 뜻이죠. 

 

(2) 투자자들은 금리가 낮은 일본에서 돈 = 엔화를 빌립니다. (대출이자 0.25%)

 

(3) 빌린 엔화를 달러로 환전합니다. 일본이 아닌 금리가 높은 국가에서 투자를 해야 하기 때문이죠. 투자자들이 엔화를 내다 팔고 달러를 쓸어 모으니 엔화 가치는 떨어지고 달러 가치는 오릅니다. → 엔화 약세& 달러 강세

 

(4) 환전한 달러를 가지고 미국 국채를 사서 이자 수익을 받아 먹습니다. (이자 3.5%)

 

(5) 이자 쏙쏙 빼먹은 뒤, 얻은 달러를 엔화로 환전합니다. 

 

(6) 환전한 엔화를 일본 은행에 상환합니다. 

이러한 과정으로 0.25%의 대출이자를 내고 3.5%의 이자를 버는 게 엔 캐리 트레이드입니다. 

금리가 낮은 국가에서 돈을 빌려다가 금리가 높은 국가에다가 투자하는 것... 캐리 트레이드.. 똑똑하네요...;;;

 

이렇게 엔 캐리 트레이드가 활성화되면 엔화의 가치가 떨어지고 엔-달러 환율이 높아져서 엔화를 갚을 시점이 되면 환차익까지 얻을 수도 있게 됩니다. 
문제는 이런 과정이 몇 번씩 반복되어서 부풀려질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엔을 빌려서 달러로 환전해다가 미국 국채를 사고, 미국 국채를 담보로 맡겨두고 다시 엔을 빌려서 달러로 환전해다가 미국 국채를 사고... 그 미국 국채를 다시 담보를 맡겨서 엔을 빌리는.... 풍차 돌리기라고 하는 투자기법(?)인데요. 빚을 내서 자산을 매수하고, 매수한 자산을 담보잡아서 다시 빚을 내서 투자하는 무한 레버리징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겁니다. 

 

뭐 암튼 중요한 건 일본이 저금리 정책을 유지함으로써 다른 국가와의 금리 차이로 인해 자금 유출이 심해졌고, 엔화 가치가 크게 절하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아니 그런데, 이번에 YCC를 완화하겠다고 대뜸 발표해버린 겁니다.

 

♣ YCC 완화효과

그동안 YCC에 따라 국채 금리 상한선을 0.25% 에서 유지해 왔는데, 그 한도를 0.5%로 올린다는 것입니다. 의도적으로 유지해온 낮은 금리 상한선을 올림으로써 정책을 완화한다는 뜻이죠. 결국 일본도 금리인상을 시작했다는 뜻으로 이해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일본이 금리인상을 한다...?
위에서 정리했던 엔 캐리 트레이드로 수익을 보던 투자자들은 기함할 사건입니다. 일본에서 낮은 금리로 빚을 내서 투자하고 투자한 걸로 또 빚을 내서 투자를 하는데, 갑자기 금리를 올려버리면 이자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게 아닙니까.

 

이런 상황에서 엔 캐리 트레이더들은 리스크를 줄일 목적으로 빚을 줄이려고 할 겁니다. 본인이 감당할 수준 이내에서 엔화를 빌렸다면 괜찮겠지만, "풍차 돌리기"로 과도한 레버리징을 일으킨 투자자들이라면 금리를 더 올리기 전에 빚을 갚아야 파산을 면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일본이 금리인상을 한다고 발표하는 순간 다음과 같은 움직임이 발생하게 됩니다. 


(1) 일본이 금리인상을 하면서 0.25%로 내던 이자가 갑자기 0.5%로 올라버립니다.

 

(2) 엔화를 빌려 팔고 미국 국채를 투자하던 투자자들은 이자 부담을 느끼고, 빚을 갚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보유 중이던 자산을 팝니다. 국채, 자산 할 것 없이 파는 사람이 늘어나니 가격이 떨어집니다.

 

(3) 자산을 팔고 얻은 달러를 빚을 갚기 위해 엔화로 환전합니다. 달러를 팔고 엔화를 사려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엔화는 귀해지고 달러는 하찮아집니다.(엔화 강세&달러 약세)


(4) 환전한 엔화를 가지고 일본은행에 빚을 갚습니다. 

이것이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입니다. 


뭐 그렇게까지 심하겠어-라는 생각도 들지만, 가벼운 사안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일본의 대외순자산은 전세계 1위이기도 하고, 일본과 미국의 금리 차이가 꽤 높았기 때문에 엔 캐리 트레이드 규모도 커졌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YCC 완화가 불러올 효과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저는 엔화를 환전해두었는데 갑자기 원-엔 환율이 올라서 이익을 보고 환전을 했고요. 973원 대에서 다시 엔화를 분할매수해 두었습니다. 

주식이나 채권은 당분간 쭉 두고 보기만 할 계획입니다. 요즘 같은 때는 정말 현금이 최고인 것 같습니다. 나름 역사적인 금리인상 시대를 겪는 1인으로서 향후 경제가 어떻게 흘러갈 지 두려우면서도 궁금하네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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