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달아 써보는 관세사의 진로 고민 시리즈 두 번째.
오늘의 주제. 개업입니다.
저도 이제 어엿한 5년차이기 때문에 주변 동기들 중에서 개업한 친구들이 꽤 있읍니다. 상당히 부럽고, 나와는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는 것 같아서 그들의 모습이 매번 큰 동기부여가 됩니다.
저는 흙흙수저이기 때문에 개업은 어렵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는데 개업한 동기들을 보면서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은 하고 있는 그런 수준입니다.
대기업으로 이직하면 연봉은 높아지겠지만 결국은 근로소득인데 이걸로 내가 성공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고요. 대기업에서 많은 월급을 받는 사람들이 오히려 더 재테크나 경제에 관심이 많은데, 그 이유가 불안해서-라고 하는 걸 보면 결국 대기업 직장인도 월급쟁이라는 거 아니겠읍니까...
구구절절 말이 많았는데요.
개업은 꼭 해보고 싶지만 맨땅에 개업하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일 것 같습니다.
자격증은 내가 그 분야에서 먹고살 수 있는 자격이 된다는 증명이므로 자격증 자체로 꽤 높은 진입장벽이 됩니다.
하지만 관세사의 문제점은 그 장벽 안의 먹거리가 넘 적다는 것...?
세무사는 우리나라에서 경제활동을 영위하는 모든 기업이 잠재 고객이지만, 관세사는 기업 중에서도 수출입을 하는 업체만 대상이 됩니다. 벌써 확 줄어들죠.
그리고 기득권이 악착같이 자기 물량을 유지하고 있어서 웬만한 인맥이 아니고서야 그걸 빼앗아 오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것 같고요. 주변 영업하시는 분들 보면 거의 대부분 지인 통해서 늘려나가는 방식이고, 회사 대표를 보니 물량 유지하려고 악착같이 살더라고요... 골프 치고 밥 사고 술 사고, 선물 보내고 등등 바삐 사는 거 보면 대단합니다..
게다가 먹거리의 질이 좋지 않다는 것도 개업에 있어 큰 장애물이 됩니다.
관세사 업무 중 가장 기본이 되는 일을 하나 고르라면 수출입신고가 될 텐데요. 이 수출입신고라는 게 관세법인에 따라 질적으로 큰 변화가 없다 보니 사실상 수수료 덤핑이 아니고서야 차별화하는 게 쉽지 않거등여.
당장 제가 소속되어 있는 법인만 하더라도 수수료를 겁나 후려쳐가지고 다른 관세사가 가지고 있던 물량을 빼앗아오는데, 뭐 이거 답이 없읍니다.... ㅋ
물량은 늘었지만 적자라면서 월급은 쥐꼬리만큼 올려주는데요. 근데 내가 봐도 월급을 올려줄 수 있는 수준의 수수료가 아닙니다. 수수료를 많이 받아야 내 월급도 많아지는데 가면 갈수록 수수료는 줄고 일만 많아지는 개노답 상황 ㅎ
그럼에도 누군가는 개업을 하고, 누군가는 힘든 여건에서도 묵묵히 규모를 키워나갑니다.
어떤 분은 관세법인에서 근무하면서 관세청이나 무역협회에서 하는 사업에 참여했다가 거기서 연결된 화주를 하나둘 모아서 개업하기도 하고, 어떤 분은 나라에서 하는 용역계약 같은 걸 따와서 수익을 창출하기도 합니다.
아예 검역이나 검사 대행, KC 인증 쪽으로 눈을 돌려서 개업하시는 분들도 있고요.
이왕 자격증 딴 김에 뭐가 되었든 내 회사 차려보자는 꿈은 품고 사는 게 좋은 것 같습니다. ㅎㅎㅎ
저는 해외직구나 구매대행 쪽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아직 갈 길이 멀긴 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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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 관세사 현직 5년 차의 진로 고민 시리즈 (1) 관세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