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사 진로 시리즈 첫 번째.
저는 현직 5년 차 관세사이고, 관세법인에서 근무하고 있읍니다. ㅎ
일반 기업에 다니다가 도저히 미래가 안 보여서 퇴사 때리고 자격증 따고 흘러 흘러 여기까지 오게 되었네여... 허참.. 정신없이 흘러가는 것....그거시 인생...
관세사 자격증을 취득하기로 결정했을 때 제일 답답했던 건 이 업계가 정말 전망이 있을지, 실제로 무슨 일을 하는지 정보가 없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래서 공부할 때 내가 관세사가 되면 일상을 낱낱이 까발려주자 맘먹었었는데요.
모쪼록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읍니다. (모쪼록 현명한 결정을...하시...길....ㅇㅅㅇ)
관세사 자격증을 취득하면 5개월 간의 실무 수습기간을 거쳐야 정식 관세사 등록이 가능한데여. 실무 수습은 관세법인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에 합격자 대부분은 일단 관세법인에서 회사 생활을 시작하게 됩니다.
저는 처음에는 무조건 큰 법인으로 가려고 했는데(에이원 가고 싶었음...), 지원 시기를 놓쳐 지원조차 하지 못하고 지금 다니는 법인으로 냅다 와버렸네요.
네 암튼, 관세법인은 관세사가 선택할 수 있는 커리어 중에서 가장 쉽고 기본적인 커리어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다들 관세법인은 몇 년 하다가 다 이직합니다. ㅎ......
큰 법인 작은 법인 다 장단점이 있다고들 하는데,
규모 있는 관세법인은 제가 일해보지 않아서 모르니 패스하겠습니다. 큰 법인은 상대적으로 복지와 연봉이 높지 않을까-라고 예상은 해봅니다. 뭐 들리는 풍문으로는 업계 1위 세인은 사내에 카페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커피 머신으로 캡슐을 내려마시는 저로서는 그저 남의 일입니다. ㅎ
저는 직원 20여 명의 크지도 작지도 않은 애매한 법인에서 일하고 있읍니다.
몇 년 일해보니 최악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아예 큰 곳은 차라리 연봉, 복지가 조금 더 나을 것 같고, 아예 작은 곳은 사무소를 물려받아 개업하거나 뭔가 동업자의 개념으로 발전해나갈 여지가 있는데... 애매한 사이즈의 법인에 소속되어 있다 보니 이도저도 아닌 느낌이랄까요?
실제로 작은 사무소에서 일하다가 대표가 물려주는 경우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작은 법인에서 일하면 이거 저거 다 해볼 수 있는 게 가장 큰 특징인데요. 이거저거 다 해본다는 건 잘 모르는 일도 해야 한다는 단점이 되기도 하지만, 나의 관세사 경력을 야무지게 채울 수 있다는 장점도 되는 것 같아여.
(어 근데 왜 이렇게 이직이 안되지.... ㅋ)
보통 관세법인에서 하는 일은 크게 통관과 컨설팅으로 나뉩니다.
통관이라 함은 말 그대로 수출입신고를 찍는 것인데요. 특히 수입은 신고 + 국내 운송까지 핸들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통관에는 신고 날리고, 세관검사 걸리면 서류 제출 & 세관 대응 & 업체 안내 & 추가 서류 요청해서 받기... 등등 딸려오는 업무가 많습니다.
+ 화주들은 모든 화물이 항상 급하기 때문에(;;;;) 항상 시간에 쫓겨서 일하게 됩니다.
저도 예전에 수입통관을 할 때에는 화장실도 못 가고 전화받느라 양볼따구가 벌겋게 익었던 기억이 있네요. (똥손이라 검사는 어찌 그리 많이 걸렸는지... ㅎㅎㅎㅎ)
수입신고서는 기존에 수입된 이력이 있는 물품이라면 그 이력을 가져와서 간단하게 작성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물품이 수입될 때에는 서류도 검토해야 하고 HS코드랑 수입요건도 확인해봐야 하는데요.
이 업무는 보통 컨설팅 팀으로 넘겨서 세팅해달라고 요청하게 됩니다.
요컨대, 통관 팀에서는 신고서를 작성하고 신고 & 수리를 하는 제반 업무를 담당한다면, 컨설팅 팀에서는 신고서 내용이 적정한 지 법리적으로 검토하는 업무라고 보시면 됩니다.(->보통 CS 업무라고 합니다.)
이거 말고도 FTA 컨설팅, 관세환급, 관세평가 기타 무역 관련 컨설팅 등 이것저것 더 많습니다.
컨설팅 담당자들이 주로 하는 일인데요.
원산지증명서 발급이나 원산지 증빙서류 검토, 원산지 심사 대응 등의 업무부터 관세환급, 각종 무역 관련 문의 등등 그때그때 들어오는 문의와 요청들을 처리하는 게 주된 일과입니다.
몰릴 때는 어마 무시하게 몰리다가 또 어느 순간에는 일이 없어서 한가합니다. 한가할 때는 이렇게 뻘글을 쓰고용.ㅎ
요즘에는 세관에서 자율점검 공문을 무지막지하게 보내는데 이거 대응하느라 죽을 맛입니다. HS코드 재검토해라, 과다환급된 거 같으니 확인해 봐라... 등등 공문 한 번 나오면 심장이 철렁-...
문제가 생기면 검토 + 해결방안을 만들고, 관세사는 죄가 없었음을 화주에게 어필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히 스트레스를 받읍니다.
차라리 내가 한 거면 겸허하게 실수를 인정하겠으나 대부분은 회사에 잠시 머물다 가신 분들이 해놓고 간 폭탄들이라 억울한 마음도 있고요. (어쩌겠읍니까.. 더러운 꼴 보기 시르면 빨리 퇴사를 해야 하는데 말입니다. ㅋㅋㅋ)
그래도 제가 아직까지 관세법인에 남아있는 이유는 관세라는 분야에서 나름 전문가로서의 입지를 다져가는 게 재미있어서랄까요.. (아직 정신 못 차림 ㅋㅋㅋ)
연봉이나 복지를 생각하면 이직을 해야 하는데, 이 티끌만치 남아 있는 재미 때문에 여직까지 버티고 있읍니다. 물론 작년부터 이직하려고 여기저기 알아보고 있고, 이직이 잘 안 돼서 고인물로 남아 있는 건 팩트...ㅇㅇㅋㅋ
요약 3줄
1. 관세사의 가장 기초 테크트리는 관세법인. 젤 가기 쉽고, 쉬운 만큼 연봉은 별로..(케바케)
2. 관세법인에서 크게 통관, 컨설팅 분야로 나뉘어서 커리어를 쌓는다.
3. 연봉, 복지가 일단 사기업 대비 ㅎㅌㅊ이므로 대부분 이직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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